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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재방사한 반달곰, 김천 수도산에 되돌아와5일 동안 길 넘고 물 건너 100km 이동

▲자연적응훈련장에서 태어나 훈련을 받은 반달가슴곰은 지리산으로 방사된다. ⓒ국제i저널

[국제i저널=경북 김대연기자]지난 6월 14일 경상북도 김천의 수도산에서 사람들이 놓아둔 간식을 먹고 포획돼 지리산에 재방사된 반달가슴곰(KM-53)이 100km를 횡단해 수도산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수도산에서 붙잡혀 7월6일 지리산에 재방사된 반달가슴곰은 지난 16일부터 이동을 시작해 남원~함양~거창을 거쳐 20일 김천 수도산에 도착했다.

지리산을 내려온 이 곰은 영리하게 통영~대전 고속도로 다리 밑 수심이 얕은 강을 건넜고, 광주~대구 고속도로 터널 위를 횡단한 것으로 CC TV와 발자국 추적 등을 통해 밝혀졌다.

첫 이동 때 큰 산줄기를 따라 이동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2015년 1월 지리산 자락의 훈련장에서 태어나 그해 10월 어미의 품을 떠나 방사된 이 곰은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지난 6월 수도산에 나타나 초코파이 20개들이 한 상자와 팩음료를 뜯어먹다가 사람들에게 발견돼 포획된 반달가슴곰은 ‘사람 기피’ 훈련을 다시 받은 뒤 지난 6일 지리산에 방사됐다.

그러나 지리산에 머문 기간은 1주일 정도에 불과했다.

곰은 왜 굳이 수도산으로 되돌아갔을까?

당국은 곰의 습성과 수도산의 서식환경을 이유로 꼽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곰은 한번 다닌 동선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면서 “5~6년생 정도 되는 다 자란 곰은 자기 영역을 조성하지만, 청소년에 해당되는 KM-53은 건강하고 야생성이 있어, 먹이가 많은 곳을 찾아 다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발 1000m가 넘는 수도산은 고지대에 뽕나무와 산딸기, 다래류, 버찌 등 열매 종류가 많고, 곰이 잘 먹는 참나물과 취나물도 많아 서식지로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수도산으로 옮겨간 이 곰을 다시 붙잡아 지리산으로 데려오기 위해 꿀이나 먹이 따위를 넣은 포획용 덫을 설치했다.

▲지난달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된 반달가슴곰이 초코파이를 먹고 있는 모습 ⓒ국제i저널

이에 대해 “곰이 스스로 선택한 보금자리를 인간이 되돌려 놓아서는 안된다” 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KM-53이 다시 수도산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지리산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도 반달곰이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며 “KM-53의 포획과 지리산 재방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단체는 “반달곰을 지리산 울타리에 가두려는 시도는 야생동물의 자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일” 이라면서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지역사회, 주민, 등산객의 협조를 구해 반달곰과의 충돌을 예방하고, 지자체 등과 협력해 올무 등으로 인한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달곰이 수도산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주고, ‘곰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리산에 머물게 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안전교육이 부족한 수도산 인근 주민을 위해서라도 포획이 불가피하다” 며 “또 수도산에서는 불법 밀렵용 올무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곰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리산 최소존속 개체 수 목표치인 50마리가 될 때까지는, 곰의 거주지 이전제한을 풀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현재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KM-53을 빼면 46마리로 방사와 적응에 치중해온 ‘반달곰 관리 전략’을 장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목표를 넘어 적정수준인 70마리가 넘어서면 백두대간을 비롯한 생태축을 따라 어느 정도로 서식지를 확대해 관리할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튼 KM-53이 보금자리인 지리산을 팽개치고 김천 수도산으로 되돌아 온 것을 두고, 단순한 회귀본능 때문인지, 아니면 초코파이의 맛을 그리워해서였는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연 기자  iij@ii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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