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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남부지역 가뭄에 농심(農心) 타들어가북서부지역은 폭우로 피해, 비 양극화 심각!

▲지난 7일 포항시 신광면 주민들이 비학산에 올라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국제i저널

충청권을 중심으로 중부 지방에 폭우가 내려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가뭄이 극심한 동해안을 비롯한 동남부 지역에는 이번에도 장맛비가 비껴가 대조적인 날씨를 보였다.

대구 경북지역은 연일 40℃에 육박하는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3일 경주지역 낮 최고기온이 무려 39.7℃를 기록하는 역대급 용광로 더위를 보였다.

같은 날 대구도 올 들어 가장 높은 37.2℃를 기록하는 등,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북 동남권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청주에서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많은 290.2mm의 물폭탄이 쏟아진 지난 16일, 포항시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는 아예 비가 오지 않았다. 7월 들어 포항지역의 강우량은 총 19.9mm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북 동해안 곳곳에서 논과 밭의 바닥이 갈라져, 심은 모가 시들고 부추와 콩 등 밭작물이 생육부진으로 수확을 포기해야 할 만큼 가뭄상황이 심각한 상태다.

특히 포항지역 특산작물인 부추밭은 지하수위가 낮아져 해수가 침범, 염도가 높아지면서 서해안에서나 볼 수 있던 염해가 나타나고 있다.

포항지역에서 당장 물을 대지 못하면 수확에 차질이 예상되는 논이 31.6ha, 생육 부진과 시들음 현상이 발생한 밭 면적이 9.2ha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업용수는 고사하고 생활용수를 걱정해야할 지경이다.

가뭄이 극심하자 지난 7일 포항시 신광면 주민들이 비학산에 올라 정성껏 마련한 제물을 올려 기우제를 지냈고, 14일에는 대송면 산여리 주민들이 해발 467m인 운제산 대왕암에서 농민들을 위로해줄 단비가 흠뻑 내려주기를 빌었다.

흥해읍 주민들도 도음산 정상에서 비를 바라는 주민들의 뜻을 하늘에 전달했고, 청하면 주민 30 여명은 청하장터에서 애타는 농심을 달래는 기우제를 봉행했다.

▲가뭄이 장기화되자 포항시는 긴급 가뭄대책회의를 열어 농가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국제i저널

급기야 포항시는 가뭄이 지속되자 가뭄 종합상황실을 운영해, 가뭄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는 가뭄 대책비 29억 원을 긴급 투입, 농업 가뭄지역에 양수기, 굴삭기 169대와 7백 여 명의 지원인력을 동원해 논과 밭에 굴착과 양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덕군은 8월 3~6일까지 오십천 일대에서 열기로 한 영덕 황금은어축제를 취소했다.

최소한 100mm 이상의 비가 내려야 은어를 풀어 축제를 할 수 있는데, 강바닥이 드러나다싶이 해 결국 은어 구입비용과 이벤트사 위약금 8천여만 원을 날리게 됐다.

지난 11일 문경이 369.5mm를 기록하는 등 북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질 때도 경주와 포항, 영덕, 영천 등에는 10mm 안팎의 적은 비에 그쳤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대구와 경북 동해안 지역 저수지도 메말라가고 있다.

17일 현재 운문댐과 영천댐의 저수율이 30%를 겨우 넘기고 있고, 포항지역 평균 저수율도 40%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반면 북서부지역에는 폭우가 쏟아져 대조를 이뤘다.

경북 북부 내륙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16일 오후 1시 30분쯤 상주시 화서면 청계사 계곡에서 일행 3명과 야영하던 박모(58, 강원도 양구군)씨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돼 경찰과 소방대원, 공무원 등이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벌였다.

문경시 농암면 궁기1리 주택 2가구와 산북면 표고버섯 비닐하우스 10동, 콩·깨 등 밭작물 4㏊가 물에 잠겼고, 마성면 상내리 펜션에서는 투숙객 150명이 고립돼 소방 당국이 구조에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 안동과 예천에서도 주택 2곳이 파손되고 농작물이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잇따랐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 남동쪽 해상에 중심을 두고 있어 남서 해상에서 들어오는 수증기는 서쪽에 비를 뿌리고, 소백산맥 동쪽은 상대적으로 건조해져 비구름대의 발달이 약하다"며 "경북 동해안지역에는 앞으로도 당분간 많은 양의 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예보했다.

휴가철을 맞아 경북 동해안지역이 피서객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정작 이 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속은 폭염과 열대야, 그리고 가뭄에 시달려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김대연 기자  iij@ii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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